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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시추천] <낙화> - 이형기

공유기 2017. 11. 7. 23:54


낙화

                                   -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 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봄 한철, 식물이 그 자태를 있는 대로 뽐내는 격정의 나날, 꽃은 피어나고, 그리고 진다. 덧없다 하지 말라. 피었으면 지는 것이 순리다. 그 순리를 어기면 죽음뿐이다. 꽃뿐이면 꽃은 죽는다. 낙화가 없으면 녹음도 없고, 녹음이 없으면 열매도, 씨도, 그리하여 이듬해의 꽃도 없다. 꽃이 없어도 죽고, 꽃만 있어도 죽음인 것. 그러니 사랑만이 아니라 사랑과 결별이 함께해야 생명이 있는 것이다. 그것을 가리켜 식물은 성장한다고 하고 인간은 성숙한다고 일컫는 게다.  ... 그래. 더 바라진 말자.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대충이라도'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러나 여전히 그것조차도 쉽지 않은 일이다     

                                                                                                  - <시를 잊은 그대에게> 中 


꽃이 피고 지는 것, 누군가를 만나면 누군가를 떠나 보내야 하는 것, 정상에 올라갔으면 내려와야 하는 것

이런 것들을 자연의 순리라고 하겠지요..

진리를 거스르는 다는 것은 불행의 길로 들어간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순리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란 인간에게 참으로 힘든 일입니다.

가진 것을 잃는다는 것은 인간의 본능과 반대되기 때문이죠..

본능의 반대되는 순리를 따르는 것이 옳은 것인가 라는 물음도 듭니다.

이 물음에 이형기 시인은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답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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